당근 면접 후기
지난해 당근에 지원했던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처음에는 지원 동기가 당근에서 꼭 일해야한다 라는 느낌의 이유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들과 일하며, 개발자로서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고 싶었고, 또한 '당근'이라는 간판을 통해 훌륭한 개발자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1차·2차 기술 면접
당근의 면접은 총 3차로 진행됐는데, 1·2차는 기술 면접, 3차는 인성(컬쳐 핏) 면접이다. 여러 곳에서 기술 면접을 봐왔지만, 널리 알려져 있는 대로 당근의 기술 면접은 다른 회사들과 확실히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 시간 구성
- 1차 면접: 약 1시간 30분
- 2차 면접: 약 2시간
일반적인 기술 면접에서는 주로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검증한다. 그런데 당근의 기술 면접에서는 개발 지식 뿐 아니라,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해결해나가는지’ 같은 사고력까지 함께 보는 느낌이었다.
예컨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들이 많았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자신이 아는 기술 지식과 논리를 조합해 ‘본인만의 답’을 제시해야 했다. 또, 면접관 분들은 그 대답을 토대로 계속 창의적인 후속 질문을 던지셨으며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들 이였기에 면접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면접이였다.
기술 면접이 끝난 뒤, 질의 응답 시간에도 물어본 질문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한 뒤 대답해주며 역으로 다시 질문도 해주어 정말 많은 대화를 하는 경험도 하였다. 실제로 1차 면접의 경우 면접 시간은 50분 정도였는데, 질문·답변만 40분 넘게 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였으며 덕분에 많은 개발 인사이트를 쌓을 수 있었다. 면접 자체가 나를 일방적으로 평가한다라는 느낌보다는 “개발자들끼리 점심시간에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느낌을 받는 기분 좋은 면접이였다.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면접 이후 빠른 시일 내에 1·2차 모두 합격 메일을 받았으며 국내 내로라하는 회사들 중에서도 개발적으로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에서 기술 면접을 통과했다는 사실 덕분에, 그동안 내가 쌓아온 역량이 어느 정도 통한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며 자존감도 함께 올라간 기분이였다.
최종 컬쳐핏 면접
그러나 최종(3차) 면접에서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최종 컬쳐핏 면접은 여느 회사의 인성 면접처럼, 나와 회사의 ‘궁합’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별히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따로 면접 준비는 하지는 않았고, 설령 준비를 했더라도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컬쳐 핏 면접이란 게 기술 면접 결과나 실력과는 별개로 ‘회사에서 바라는 인재상과 내가 잘 맞는지’를 보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떨어지고 나니 여기선 이렇게 대답해볼껄 좀 더 회사에대해 잘 알아볼껄 이라는 생각을 하며 많이 아쉬워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당근에서 나라는 사람을 꽤 정확하게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 내가 당근에 지원한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이 당시 이미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술 블로그 등에도 그 사실을 적어둔 터라, 면접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 굳이 숨기지 않았었다. “컬쳐 핏”을 보는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탈락 소식을 들은 이후 주변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그냥 대놓고 떨어뜨려 달라고 한 거나 다름없다는 한 소리도 들었다.
회고
결과적으로 보면, 당시에 창업 준비를 하면서 다른 회사에 입사 지원을 했다는 건 회사와 나 모두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 성격상 회사를 다닌다고 하여 창업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실제로 법인을 설립하는 시기가 온다면 회사와 함께 할 수 없으니 당근에 합격했다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 퇴사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는 회사에도 나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행동이며 나의 커리어에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직 연차가 높지 않은 만큼, 이번 일은 ‘저연차 시절의 판단 미스’로 여기고 반성하였으며 이 경험을 계기로, 앞으로는 회사를 지원하는 것을 포함하여 어떤 큰 결정을 할 때 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실제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1월 말, 현재 준비중인 창업 아이템에 풀타임으로 합류하여 공동 창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새로운 도전 속에서 더 큰 배움과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마치며
당근에서의 면접 경험은 앞으로의 나의 개발자로써의 방향성, 다른 훌륭한 개발자들이 생각하는 방식, 좋은 면접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 등을 포함하여 많은 것을 얻게 해주었다.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당근과 당근 프론트엔드 코어 팀원분들과는 언젠가 연이 닿게 되면 같이 일해보거나 이야기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며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치도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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